고양이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부딪힌 현실은 소파였다.
처음에는 발톱 자국 몇 개 정도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파 모서리는 헤지고, 가죽은 일어나고, 패브릭은 실밥이 풀렸다.
고양이를 혼내도 소용이 없었다.
스프레이를 뿌려도 잠시뿐이었다.
소파 위에 덮개를 씌워도 결국 그 아래까지 파고들었다.
그때 깨달았다.
이건 고양이의 문제라기보다 내 생활 방식의 문제라는 걸.
그래서 소파를 지키는 대신 고양이의 본능을 이해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 글은 가구를 바꾸지 않고
고양이를 혼내지 않고
생활 환경을 크게 바꾸지도 않으면서
소파 긁힘 문제를 자연스럽게 줄인 나만의 경험 정리다.

1 고양이가 소파를 긁는 진짜 이유부터 바꾸기
고양이가 소파를 긁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았다.
발톱 손질 때문만은 아니었다.
고양이는 긁으면서 영역 표시를 한다.
몸을 늘이고 근육을 푸는 스트레칭 역할도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손에 닿는 촉감 때문이다.
우리 집 소파는 고양이에게 딱 좋은 재질이었다.
발톱이 잘 걸리고 힘을 주기 쉬운 모서리 구조였다.
그래서 나는 소파를 보호하려 하기 전에
고양이가 왜 그 자리를 선택했는지를 먼저 관찰했다.
주로 긁는 위치는 세 곳이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소파 옆면
낮잠에서 깬 직후 몸을 펴기 좋은 팔걸이
창가를 바라보며 서 있기 쉬운 등받이 뒤쪽
이 세 위치는 모두 고양이 동선의 핵심이었다.
그래서 이 공간을 막는 대신 대체 공간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2 소파보다 더 긁고 싶은 장소 만들기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스크래처를 늘리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집에는 스크래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치였다.
스크래처는 방 구석에 있었다.
고양이가 굳이 선택할 이유가 없는 장소였다.
그래서 소파를 긁는 바로 그 옆에
세로형 스크래처를 놓았다.
소파 모서리와 거의 닿을 정도로 배치했다.
처음 며칠은 소파와 스크래처를 번갈아 긁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스크래처 쪽으로 이동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
스크래처 재질을 바꿨다.
기존에는 종이 재질만 사용했는데
소파 촉감과 더 비슷한 패브릭 감촉의 스크래처를 추가했다.
발톱이 걸리는 느낌이 중요했다.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높이였다.
고양이는 몸을 최대한 늘릴 수 있을 때 만족도가 높다.
그래서 사람 허리 높이보다 약간 낮은 세로형 구조를 선택했다.
소파를 긁는 이유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소파보다 더 좋은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방식이었다.
3 소파 자체를 고양이 기준에서 바꾸다
스크래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날도 있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
그래서 나는 소파를 완전히 포기하는 대신
고양이가 흥미를 잃도록 환경을 조정했다.
첫 번째는 촉감 변화였다.
고양이가 긁는 구간에만
얇은 면 패드나 리넨 소재 커버를 덧댔다.
미끄럽지도 않고
발톱이 잘 걸리지도 않는 재질이었다.
전체를 덮지 않고 문제 구간만 바꿨다.
두 번째는 냄새 관리였다.
소파에 고양이 체취가 남아 있으면
다시 그곳을 긁을 확률이 높아진다.
일주일에 한 번
무향 세탁수나 베이킹소다 희석액으로
가볍게 닦아냈다.
향이 강한 제품은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낯선 냄새가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시야 차단이었다.
고양이가 창밖을 보며 소파 등받이에 올라 긁는 습관이 있었는데
그 구간에 낮은 캣타워를 배치했다.
자연스럽게 소파가 아닌 다른 곳에서
몸을 늘이고 발톱을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4 혼내지 않는 대신 일관성 유지하기
가장 어려웠던 건 보호자의 태도였다.
어느 날은 귀찮아서 그냥 넘기고
어느 날은 소리를 높이는 식이면 효과가 없었다.
나는 혼내는 대신
긁는 순간 스크래처 쪽으로 조용히 유도했다.
말없이 옮겨주고
그곳에서 긁으면 가볍게 쓰다듬어줬다.
간식 보상은 사용하지 않았다.
행동 자체가 자연스러워지길 원했기 때문이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고양이는 긁을 때 스크래처를 먼저 찾기 시작했다.
한 달쯤 지나니
소파는 거의 관심 대상에서 벗어났다.
고양이와 소파의 싸움은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서로의 습성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의 문제였다.
소파를 지키기 위해 고양이를 바꾸려 했을 때는 실패했다.
고양이를 이해하고 공간을 바꾸자
갈등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지금도 소파에는 생활 흔적이 남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전쟁은 아니다.
고양이는 편안하고
소파는 버티고 있고
나는 매일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이라면
완벽한 가구보다
지속 가능한 공존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이 경험을 통해 배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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