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는 집이라면 한 번쯤은 소파 앞에서 멈춰 서게 됩니다.
긁힌 자국, 올이 풀린 천,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모서리까지.
저 역시 스크래처도 여러 개 사봤고
혼도 내보고, 덮개도 씌워봤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크래처가 부족한 게 아니라
위치가 고양이 마음이 아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죠.
그 이후로 스크래처를 늘리는 대신
배치를 완전히 바꿔봤고
생각보다 큰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1. 고양이는 이유 없이 소파를 긁지 않았다
처음에는 고양이가 일부러 소파만 골라 긁는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관찰해보니 공통된 패턴이 있었습니다.
잠에서 막 깼을 때
외출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사람이 소파에 앉으려 할 때
이 시점마다 고양이는 소파로 가서 발톱을 긁었습니다.
즉, 소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장소가 고양이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었던 겁니다.
2. 스크래처를 소파 근처로 옮겼을 때
예전에는 스크래처를 벽 쪽이나 구석에 두었습니다.
집이 깔끔해 보이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고양이는 잘 쓰지 않았습니다.
대신 늘 소파 모서리를 선택했죠.
그래서 결심하고
소파 옆, 정확히는 고양이가 가장 많이 긁던 위치 바로 옆에 스크래처를 두었습니다.
처음엔 더 지저분해 보일까 걱정됐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습니다.
고양이는 소파 대신 스크래처를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3. 스크래처는 눈에 잘 보여야 했다
고양이는 필요할 때 바로 긁을 수 있는 대상을 찾습니다.
멀리 가야 하거나 눈에 잘 띄지 않으면 가장 가까운 가구를 선택합니다.
그래서 저는 소파 주변 침실 출입구 고양이가 자주 멈춰 서는 동선에 스크래처를 하나씩 배치했습니다.
숫자를 늘린 게 아니라 위치를 바꾼 것뿐이었어요.
그런데 사용 빈도는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4. 방향과 높이도 중요했다
처음에는 바닥형 스크래처만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소파는 세로 방향이었고 고양이는 몸을 쭉 늘려 긁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세로형 스크래처를 추가해 소파와 비슷한 높이와 각도로 배치했습니다.
그랬더니 소파 긁는 행동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대체물이 생기니 굳이 가구를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 거죠.
5. 스크래처를 옮겼을 뿐인데 생긴 변화
가장 큰 변화는 집사의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점입니다.
소파에 다가가는 고양이를 보고 긴장하지 않게 됐고 고양이도 혼날 일이 줄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집 안 분위기도 부드러워졌어요.
고양이는 자기 행동을 제지당하지 않고 저는 가구를 지킬 수 있게 됐습니다.
6. 스크래처는 인테리어보다 생활 도구였다
이 경험을 통해 느낀 건 스크래처는 꾸미는 물건이 아니라
고양이 생활에 꼭 필요한 도구라는 점이었습니다.
사람 기준으로 보기 좋은 위치보다 고양이 기준으로 필요한 위치가 더 중요했습니다.
고양이가 긁고 싶어 하는 장소에 긁어도 되는 물건을 두는 것.
그게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해결 방법이었습니다.
고양이와 소파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스크래처를 더 사기 전에 지금 있는 스크래처의 위치부터 다시 한번 살펴보세요.
소파를 긁는 행동은 문제 행동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선택지를 바꿔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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