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라이프

반려동물 라이프 : 고양이와 소파 전쟁을 끝낸 나만의 방법

think-29 2025. 12. 17. 12:32

처음에는 고양이라면 당연히 긁을 수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여보려 했지만, 매일같이 손상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니 쉽게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선택한 방법은 말로 제지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양이가 소파에 발톱을 대는 순간 안 돼라고 말하며 다가갔고, 그때마다 고양이는 잠시 멈추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같은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이 과정이 계속되자 고양이는 제 눈치를 보며 행동하기 시작했고, 저는 그 모습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습니다.

혼내는 방식이 문제 해결이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도 당장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다음으로 시도한 건 소파 덮개였습니다.

긁힘 방지용으로 판매되는 덮개를 씌우면 해결될 거라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고양이는 덮개 위를 더 적극적으로 긁기 시작했고, 촉감이 바뀌면서 오히려 더 재미있는 대상이 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덮개는 금방 밀리고 구겨져 보기에도 불편했고, 이 방법 역시 오래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고양이가 싫어한다는 향이 들어간 스프레이도 사용해봤지만 잠깐 효과가 있을 뿐 시간이 지나면 다시 소파로 돌아왔고,

집 안에 남는 향 때문에 사람도 불편해졌습니다.

이쯤 되니 단순히 막는 방식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와 소파 전쟁

 

2. 고양이가 소파를 선택한 이유를 다시 보게 된 순간

어느 날 고양이가 소파를 긁기 직전 몸을 크게 늘이며 스트레칭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문득 소파 긁기가 단순한 말썽이나 버릇이 아니라 고양이에게 꼭 필요한 행동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는 발톱을 관리하고 몸을 풀기 위해 긁는다는 이야기가 떠올랐고, 집 안 환경을 다시 차분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사용하던 스크래처는 크기가 작고 구석에 놓여 있었으며, 고양이가 몸을 충분히 늘려 긁기에는 부족해 보였습니다.

반면 소파는 단단하고 넓었고, 무엇보다 가족의 냄새가 가장 많이 배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고양이 입장에서 소파는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소파를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고양이가 왜 그곳을 선택했는지를 이해하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3. 소파 옆에 해답을 두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스크래처를 준비해보기로 했습니다.

고양이가 서서 긁을 수 있을 만큼 높이가 있고,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인 구조를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위치였습니다.

스크래처를 소파에서 완전히 떨어진 곳에 두는 대신, 소파 바로 옆에 두기로 했습니다.

소파를 긁으려는 동선을 억지로 끊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를 바로 옆에 두는 방식이었습니다.

스크래처 위에는 캣닢을 살짝 뿌려두고, 고양이를 조용히 지켜봤습니다.

그날 저녁 고양이는 평소처럼 소파 쪽으로 다가오다가 스크래처 앞에서 잠시 멈췄고, 냄새를 맡더니 발톱을 긁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제가 너무 사람 기준으로만 생각해왔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며칠 동안 같은 방식으로 환경을 유지하자 고양이는 점점 스크래처를 먼저 찾기 시작했고,

소파를 긁는 횟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습니다.

 

4. 냄새와 안정감이 만든 변화

지켜보면서 또 하나 알게 된 점은 고양이가 촉감과 냄새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소파에는 가족의 체취와 생활 냄새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었고, 그 익숙함이 고양이를 끌어당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크래처에도 고양이의 냄새가 배도록 자주 쓰다듬어주고, 고양이가 자주 눕던 담요를 잠시 올려두는 방식으로 환경을 조정했습니다.

이 작은 변화만으로도 고양이의 관심은 더욱 빠르게 스크래처로 옮겨갔습니다.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소파를 긁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고양이는 스크래처 앞에서 여유 있게 몸을 늘이며 발톱을 관리하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5. 소파 전쟁이 끝나고 남은 생각

지금도 소파에는 작은 사용감이 남아 있지만, 그 흔적마저도 함께 살아온 시간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예전처럼 소파를 볼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되었고, 고양이를 향한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느낀 건 고양이와의 문제는 혼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이유를 이해하고 환경을 조정할 때 풀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소파를 지키겠다는 생각보다 고양이의 필요를 먼저 채워주었을 때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왔습니다.

고양이와 함께 산다는 건 모든 것을 통제하는 삶이 아니라, 서로의 습관을 조금씩 맞춰가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소파 긁힘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막기 전에 먼저 왜 그 행동을 선택했는지 천천히 바라봐 주는 것부터 시작해보셔도 좋겠습니다.